전체 글 132

야쿠시마 숲 이야기

새벽에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일본 야쿠시마의 숲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SBS 다큐멘터리 '숲에서 길을 묻다' 편)제주도 3분의 1 정도 되는 섬인 야쿠시마는 원시림을 보존하고 있는 자연유산입니다. 야쿠시마 숲은 수천년을 세월을 버티어온 삼나무로 유명한데요. 이렇게 큰 숲을 유지시키는 힘은 바로 '비'와 '이끼'입니다. 얼마나 많은 비가 오냐면 '야쿠시마에는 1년 366일 비가 온다'는 말이 있다네요. 그렇게 내린 비 덕분에 이끼가 무성히 자라고. 이끼가 머금고 있는 수분이 나무의 성장을 돕는거죠. 벼락을 맞아 죽은 나무를 이끼가 뒤덮고 그 이끼 위로 새로운 나무가 자라는, 숲의 초록빛 신비에 경외감이 느껴졌습니다. 이 곳도 그 모습을 잃을 뻔하기도 했는데요. 500년 전부터 조금씩 시작된 벌목이 태평양..

삶은 살살 2017.10.02

겸손한 항해

인생은 긴 항해라는데 나이를 먹어갈수록 변변한 보물상자 하나 찾지 못한 채떠나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라 자꾸 조급해집니다. 배에 딸려 온 해조류라도 손에 쥐고 '이것 좀 봐달라'고 애원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자주 듭니다.별거 아닌 걸로 자랑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만큼 초라한 일이 있을까요.그래서 겸손해져야겠다 자주 생각합니다. 혹은 분수를 알아야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내 항해에는 처음부터 보물상자 따윈 없지 않았을까?매일 그물을 던졌다 건졌다하는 부지런한 어부가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처음 배를 띄울 때부터 그랬다면 지금쯤 꽤나 멋진 어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17.10.2 아침

삶은 살살 2017.10.02

Iron&wine, 얌전한 덧니 같은 뮤지션

17층 빌딩의 꼭대기였던 이전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 시작한 일은 배경화면이 여럿입니다.우선 책으로 가득한 오래되고 작은 사무실이 보이네요, 볕이 좋은 날엔 전망 좋은 밭과 정원으로 향하죠.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배경은 집입니다. 웃음 많은 아내가 있고 식탐 고양이가 있고 낮은 음악이 있죠. 집에서 일할 때는 주로 조용한 음악을 찾게 됩니다.10대 시절에는 AC/DC, 화이트스네이크, 미스터빅을 들으면서도 해야할 공부는 했던 거 같은데질풍노도 시기의 30대에게 하드락은 복서의 카운터 펀치와 같아서 멍-하고 음악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심신의 안정을 찾아야 겨우 일하는 제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뮤지션은 Iron&wine 입니다.Iron&wine은 미국 출신 Samuel 'Sam' Ervin Beam('샘..

비밀의 숲속 낯선 구원자

8월의 시작은 불볕더위의 절정이었습니다. 아내와 제가 택한 피서지는 어느 숲이었는데요.바로 황시목 검사님과 한여진 경위님이 기다리는 '비밀의 숲'이었지요. 이 드라마는 대한민국 사회를 반으로 뚝 잘라 그 단면을 '옜다'하고 제 앞에 내밉니다.경찰 위에 검찰 있고 검찰 위에 정치 있고 정치 위에 재벌 있는, 썩어 문드러진 현실을요. 그런 현실을 뒤엎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니 수없이 있어왔죠. 대부분 사라졌죠. 아니면 결국은 침묵하거나.하지만 제 한 몸 돌보지 않고 밝은 곳을 향해 힘겹게 발을 내딛은 분들이 있었습니다.우리는 그 분들을 의사義士, 열사烈士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황시목 검사가 있습니다."왜 보고만 있었습니까! 왜 싸우지 않으셨습니까!"라며 법과 이성을 양손에 들고 싸우는 인물입니다.한번 ..

전범선과 양반들, 양반 록으로 혁명을 부르짖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일이 줄어들어든 대신에 운전할 일이 부쩍 많아졌습니다.자연스레 라디오나 음악을 듣게 되는데요, 최근 제 플레이리스트를 채우는 밴드가 있습니다. 바로 '전범선과 양반들'!! 잘못 적은 거 아니고 '양반들' 맞아요. '양반들'답게 락밴드 음악에 국악적인 느낌을 곳곳에 녹였습니다..타령이나 판소리 같은 창법, 사물놀이를 연상시키는 연주법,뱃사공, 불놀이야, 도깨비, 강강술래, 칠석, 벗님 같은 제목들. 들어보지 못한 분들이라면 어쩐지 옛날 느낌의 노래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세련되고 폭발적이며 지하 3층에서부터 흥을 끌어올리는 음악들입니다.(2집 [혁명가]의 경우)어떤 곡들은 지릿지릿하더라고요.(눼, 저만 그럴지도요..) 일단 들어보시고요,[♪] 전범선과 양반들 - 아래로부터의 혁명 [♪..

동그랑땡 그리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어제는 냉장고에 간 돼지고기가 있어 동그랑땡을 만들었습니다.내공의 부족으로 '검색형 요리사'인 저는 인터넷을 통해 유명 블로거의 레시피를 참고했죠. 돼지고기에 맛술 조금, 간장 조금, 소금 소금, 후추 조금을 넣고 재우는 사이애호박, 가지, 파프리카, 당근, 파를 다진후 이 모두를 달걀 1개와 밀가루 2스푼을 섞었습니다.그런데 아무리 쳐대도 원하는 만큼의 끈기가 생기지 않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반죽을 고이고이 모셔가며 밀가루에 묻히고달걀물에 살짝 담갔다가... 으어어... 모양이 무너져라고 외치며(실제로 그것이 일어났습니다.)후라이팬에 급하게 옮겨 모양을 잡아가며 구웠습니다. 반죽은 총 10개 정도를 만들었는데 4개 가량을 구웠을 때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밀가루 밭을 구르며 조금씩 모양새가 무너진 반..

삶은 살살 2017.06.17

나야나 랜섬웨어 감염사태의 딜레마

마이클 샌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에는 아프가니스탄의 염소치기 이야기가 나옵니다.미 해군 특수부대가 산에서 우연히 만난 염소치기를 풀어주었다가 탈레반에게 위치가 노출돼 공격당하고 말죠.특수부대원 3명과 그들을 구하러 온 16명의 미군이 목숨을 잃고 마커스 루트렐 하사만이 간신히 살아남습니다. 마이크 샌델은 이를 통해 도덕적 딜레마를 이야기합니다.간단히 정리하면 이런 문제죠. - 한 사람의 민간인을 구하기 위해 염소치기를 풀어줬는데 탈레반에게 위치가 노출돼 부대원들이 죽고 말았다. 도덕적이라고 여겼던 행위가 심각한 피해로 돌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염소치기를 죽이는 게 정의로운 행위인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웹호스팅업체 인터넷나야나의 랜섬웨어 감염사태에도 이런 딜레마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고객들의 사이트를..

세상은 달가닥 2017.06.16

미2사단 창설 100주년 콘서트, 기획력 부족이 낳은 파행

의정부시가 개최한 미2사단 창설 100주년 콘서트가 파행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우정을 넘어선 미래를 위한 약속(the next movement)'이라는 제목으로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콘서트에서 참석 예정이던 가수 대부분이 콘서트 불참을 선언하였고 모습을 드러낸 가수들마저 노래는 하지 않고 관객들에게 인사만 남긴 채 무대를 내려왔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반미 선동, 맹목적 반미주의, 무책임한 반미선동이라며 어이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이번 콘서트가 취지에 맞게 합당하게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선 시기의 문제입니다. 미2사단 창설 100주년 콘서트가 열린 10일은 효순이 미선이 15주기를 단 사흘 앞둔 날이었습니다. 효순이 미선이 사건은 2002년 월드컵의 열기가 ..

세상은 달가닥 2017.06.15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유니폼, 42번 패치 의미는?

전세계 최고의 농구 팀을 가리는 2017 NBA 파이널이 (어쩌면) 한 경기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지난해 7차전까지 가는 접전으로 길이 면에서는 최선의 재미를 선물했던 두 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올해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내리 3승을 따내며 일찍 종지부를 찍으려 합니다.팬들을 위한 눈요기는 지난해로 충분했다는 것 일까요? 1, 2차전을 손쉽게 가져간 골스는 클리블랜드 홈에서 열린 3차전마저 듀란트의 멋진 클러치 3점으로 승리를 차지했습니다. 멋진 라이벌이 된 2팀의 경기를 오래 보고픈 마음에 클리블랜드의 승리를 기원했지만 이뤄지지 않은 건 아쉬웠지만,농구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모여 3차전의 명승부를 환호하며 함께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평일에도 30대 중반의 일꾼들이 ..

어쩌다 운동 2017.06.09

[오늘의 구글] 무지개 깃발 디자인한 길버트 베이커 탄생 66주년

LGBT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LG에서 만든 블루투스(BT)가 연상되기도 하는 이 단어는영어단어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의 머릿글자를 따서 만든 말로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드젠더와 같은 성소수자들을 일컫는 용어입니다.요즘에는 Questioner 라고 하여 자신의 성정체성, 성적 지향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더해 LGBTQ라고도 쓰이고 있기도 합니다. LGBTQ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상징물이 바로 무지개기인데요.오늘이 이 무지개 깃발을 디자인한 길버트 베이커 탄생 66주년이라고 하네요.(길버트 베이커는 올 4월 뉴욕에서 고혈압성 심장병으로 사망했습니다.) 구글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무지개 무늬를 활용한 화려한 기념일 로고를 선보였습니다..

세상은 달가닥 2017.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