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음악, 영화 57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짧은 소크라테스 그리고 긴 질문들

나의 책장 한 켠에는 꽤 오래된 소크라테스 책이 있다. 너두? 나두!!! 학창 시절 몇 번 읽기를 시도했다가 페이지는 넘어가는데 뭔가 이해는 되지 않아 다시 책장에 꽂히기 일쑤였다. 그 뒤 가끔 책장을 둘러보다 '소크라테스'라고 진지한 궁서체로 쓰인 책등을 마주할 때면 "아 소크라테스! 조만간 봐야지"하며 읽기 희망 목록에 넣어두곤 했다. 그러다가 얼마 안 있어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나오거나 급히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소크라테스 위로 껴들곤 한다. 그렇게 읽기 희망 목록에는 언제나 있지만 뒷순서인 존재, 소크라테스를 이번에야 읽게 되었다. 책장의 소크라테스를 드디어 꺼냈느냐고? 아쉽게도 그건 아니고, 에릭 와이너가 쓴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신간을 통해서다. 이 책은 여러 유명 철학자를 다루는데..

Iron&wine, 얌전한 덧니 같은 뮤지션

17층 빌딩의 꼭대기였던 이전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 시작한 일은 배경화면이 여럿입니다.우선 책으로 가득한 오래되고 작은 사무실이 보이네요, 볕이 좋은 날엔 전망 좋은 밭과 정원으로 향하죠.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배경은 집입니다. 웃음 많은 아내가 있고 식탐 고양이가 있고 낮은 음악이 있죠. 집에서 일할 때는 주로 조용한 음악을 찾게 됩니다.10대 시절에는 AC/DC, 화이트스네이크, 미스터빅을 들으면서도 해야할 공부는 했던 거 같은데질풍노도 시기의 30대에게 하드락은 복서의 카운터 펀치와 같아서 멍-하고 음악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심신의 안정을 찾아야 겨우 일하는 제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뮤지션은 Iron&wine 입니다.Iron&wine은 미국 출신 Samuel 'Sam' Ervin Beam('샘..

비밀의 숲속 낯선 구원자

8월의 시작은 불볕더위의 절정이었습니다. 아내와 제가 택한 피서지는 어느 숲이었는데요.바로 황시목 검사님과 한여진 경위님이 기다리는 '비밀의 숲'이었지요. 이 드라마는 대한민국 사회를 반으로 뚝 잘라 그 단면을 '옜다'하고 제 앞에 내밉니다.경찰 위에 검찰 있고 검찰 위에 정치 있고 정치 위에 재벌 있는, 썩어 문드러진 현실을요. 그런 현실을 뒤엎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니 수없이 있어왔죠. 대부분 사라졌죠. 아니면 결국은 침묵하거나.하지만 제 한 몸 돌보지 않고 밝은 곳을 향해 힘겹게 발을 내딛은 분들이 있었습니다.우리는 그 분들을 의사義士, 열사烈士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황시목 검사가 있습니다."왜 보고만 있었습니까! 왜 싸우지 않으셨습니까!"라며 법과 이성을 양손에 들고 싸우는 인물입니다.한번 ..

전범선과 양반들, 양반 록으로 혁명을 부르짖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일이 줄어들어든 대신에 운전할 일이 부쩍 많아졌습니다.자연스레 라디오나 음악을 듣게 되는데요, 최근 제 플레이리스트를 채우는 밴드가 있습니다. 바로 '전범선과 양반들'!! 잘못 적은 거 아니고 '양반들' 맞아요. '양반들'답게 락밴드 음악에 국악적인 느낌을 곳곳에 녹였습니다..타령이나 판소리 같은 창법, 사물놀이를 연상시키는 연주법,뱃사공, 불놀이야, 도깨비, 강강술래, 칠석, 벗님 같은 제목들. 들어보지 못한 분들이라면 어쩐지 옛날 느낌의 노래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세련되고 폭발적이며 지하 3층에서부터 흥을 끌어올리는 음악들입니다.(2집 [혁명가]의 경우)어떤 곡들은 지릿지릿하더라고요.(눼, 저만 그럴지도요..) 일단 들어보시고요,[♪] 전범선과 양반들 - 아래로부터의 혁명 [♪..

조지 해리슨과 제프 린의 그룹, Traveling Wilburys

비틀즈에서 가장 좋아하는 조지 해리슨 George Harrison과 저의 학창시절을 사로잡았던 ELO의 제프 린 Jeff Lynne 이 한 그룹에 몸 담았던 적이 있었네요.트래블링 윌버리스 Traveling Wilburys 라는 요상한 이름의 그룹입니다.이름은 요상하지만 무려 밥 딜런(노벨문학상 수상), 로이 오비슨(In dremas로 잘 알려진), 톰 페티가 함께 했던 슈퍼 그룹이었습니다. 그룹명은 조지 해리슨이 솔로 앨범 Cloud Nine 녹음 당시 앨범 작업을 함께 했던 제프 린과 주고 받은 농담에서 출발했는데요.해리슨은 녹음하다 사소한 기계 결함이 있을 때마다 "We'll bury'em in the mix"라고 우스개 소리를 건네곤 했습니다.그리곤 그 말은 그들만의 유행어가 되어 합주 때도 실수..

아리아나 그란데, One Love Manchester 추모 자선 콘서트 개최

얼마전 아리아나 그란데의 맨체스터 공연장에서 벌어진 폭탄 테러는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22명이 사망하고 116명이 다친 것도 그렇지만한 뮤지션의 공연장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마음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가장 즐거워야 할 순간에 죽음의 그림자를 느껴야 했을 그들의 심정은 감히 상상하기 힘듭니다. 그날의 주인공이었던 그란데 스스로도 얼마나 무겁고 무서웠을까요- 그럼에도 아리아나 그란데는 6월 4일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콘서트를 열 예정입니다.'One Love Manchester' 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이번 콘서트에는 저스틴 비버, 콜드플레이, 케이트 페리, 퍼렐, 마일리 사이러스, 테이크 댓 등 유명 가수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고 합니다. 그란데는 콘서트 개최를 발표하며 "테러의 공포가 커질수..

구름 속의 산책

구름 속의 산책. A Walk in the Clouds 언젠가 EBS에서 이 영화를 본 적이 있었어요. 수확 시기가 된 포도 농장의 생동감이 뿜어져 나오는 장면이 무척 매력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수확한 포도를 큰 통에 쏟아 부은 후 마을 여자들이 맨발로 춤을 추며 밟는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낮에도 아름답고 밤에도 아름다운 낮아밤아 포도농장 최근에 이 영화를 다시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확실히 보는 맛이 있는 영화에요. 날씨 좋기로 소문난 캘리포니아 지역에 위치한 포도 농장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특히 작은 별, 큰 별, 노랗고 큰 달이 함께 뜬 밤의 포도 농장은 참으로 아름답고 낭만적이죠. 서리가 내린 새벽녘, 나비 날개 모양의 천을 팔에 달고 춤을 추듯 포도밭에 열기를 주는 장면..

배철수의 음악캠프, 패티 보이드

패티 보이드가 곧 있을 자신의 사진전을 알리기 위해서 배철수의 음악캠프 게스트로 출연했네요. 제가 좋아하는 2명의 기타리스트, 비틀즈의 조지 해리슨과 에릭 클랩튼의 아내로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냈던 그녀,이제는 사진 작가의 삶을 살고 있네요. 모델일을 하면서 사진과 친해진 덕분이라고 합니다.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었어요. 패티 보이드가 모델에 데뷔한 계기가 미용실 원장님의 추천이었다고 해요.한국이나 외국이나 원장님의 눈은 날카로웠나 봅니다. 그리고 비틀즈가 인도의 철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게 자신 때문이었다고 하더라고요.지금껏 저는 조지 해리슨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순간, 인터뷰 마지막에 배철수 씨가 '당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는데패티 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