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달가닥

미2사단 창설 100주년 콘서트, 기획력 부족이 낳은 파행

정계피 2017. 6. 15. 03:08

의정부시가 개최한 2사단 창설 100주년 콘서트가 파행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우정을 넘어선 미래를 위한 약속(the next movement)'이라는 제목으로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콘서트에서

참석 예정이던 가수 대부분이 콘서트 불참을 선언하였고 

모습을 드러낸 가수들마저 노래는 하지 않고 관객들에게 인사만 남긴 무대를 내려왔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반미 선동, 맹목적 반미주의, 무책임한 반미선동이라며 어이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콘서트가 취지에 맞게 합당하게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선 시기의 문제입니다.

2사단 창설 100주년 콘서트가 열린 10일은 효순이 미선이 15주기를 사흘 앞둔 날이었습니다.


효순이 미선이 사건은 2002 월드컵의 열기가 한창이던 6 14

10 소녀 2명이 '2사단' 소속의 장갑차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건입니다

한국의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해당 운전수의 죄를 판가름한 곳은 미국 법정이었고 무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단지 간부 명만이 견책 처분을 받았을 뿐입니다.

(견책은 영어로는 reprimand 인데, 서면으로 질책을 당하는 행정 징계의 일종입니다.) 


한국에서 벌어진 살인 행위조차 우리 법정에서 심판하지 못한다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불합리성이 드러난  사건에 분노한 수많은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대사관 앞으로 모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6 14일이 되면 추모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2사단의 축하하는 행사를 연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밖에 없었습니다.

의정부시에서도 이를 알았기에 콘서트 프로그램 앞에 추모 시간을 마련했지만,

마디와 잠깐 고개 숙였다가 일어나선 언제 그랬냐는  신나게 웃고 떠드는 행사라면 

순수한 의도는 의심해봐야 합니다단지 논란을 피해가기 위한 방어책은 아니었는지 말이죠.


시기 외에도 문제는 있습니다바로 이번 행사의 형태에 관한 것입니다.

'우정을 넘어선 미래의 약속'이라는 행사 주제를 살리기에는 콘서트는 너무 일차원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앞서 말한 효순이 미선이 사건 외에도 미군의 저지른 여타의 사건들을 우리는 아프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어려웠던 역사적 순간마다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어준 미군에게 고마움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미군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전체 시각을 따져보자면 어느 쪽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그저 신나고 즐거운 콘서트만으로는 부족했다고 봅니다.

미2사단이 어떤 희생을 치르며 여기까지 왔는지 시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리고

미군과 시민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형태가 되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해설이 있는 사진전이나 학생들이 참여하는 모의 토론회 같은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보다 조심스러운 방식도 있었습니다.

공개 행사가 아닌 의정부 공무원과 시민 대표단이 참여하는 소규모 행사를

미2사단 내부에서 치렀다해도 의미있는 행사가 됐을 것입니다.


지역 시민과 미군이 콘서트를 함께 본다고 해서 한미 우호가 얼마나 증진될 저는 모르겠습니다.

미군 부대의 100번째 생일 잔치를 시민의 세금으로 치르려고 했다면 그만큼 세심하게 기획 했어야 합니다.

기획력 부족저는 이게 이번 파행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대한민국에 미군을 파견한지도 어느덧 5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고마운 우방이지만 SOFA라는 검은 면죄부를 감추고 있는 미군

그렇기에 주한미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신중해야 합니다. 


2017.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