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살살 52

동그랑땡 그리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어제는 냉장고에 간 돼지고기가 있어 동그랑땡을 만들었습니다.내공의 부족으로 '검색형 요리사'인 저는 인터넷을 통해 유명 블로거의 레시피를 참고했죠. 돼지고기에 맛술 조금, 간장 조금, 소금 소금, 후추 조금을 넣고 재우는 사이애호박, 가지, 파프리카, 당근, 파를 다진후 이 모두를 달걀 1개와 밀가루 2스푼을 섞었습니다.그런데 아무리 쳐대도 원하는 만큼의 끈기가 생기지 않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반죽을 고이고이 모셔가며 밀가루에 묻히고달걀물에 살짝 담갔다가... 으어어... 모양이 무너져라고 외치며(실제로 그것이 일어났습니다.)후라이팬에 급하게 옮겨 모양을 잡아가며 구웠습니다. 반죽은 총 10개 정도를 만들었는데 4개 가량을 구웠을 때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밀가루 밭을 구르며 조금씩 모양새가 무너진 반..

삶은 살살 2017.06.17

구글 타임랩스, 33년의 변화를 한 눈에

구글이 만든 타임랩스라는 사이트(https://earthengine.google.com/timelapse/)입니다.1984년부터 2016년까지 약 33년간 변화하는 지구의 모습을 위성사진으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데스트탑에서만 보실 수 있는듯요) 바닷가인 제 고향을 찾아보니 바다를 채워 땅을 만들고 산을 잠식해가는 건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네요.몇 초 만에 30여 년의 변화를 볼 수 있다니 신기합니다.한편으로 제가 살아왔던 시간이, 그 세월이 한 줌도 안 되는 건 아닌가 돌아보게 되네요. 울퉁불퉁하던 해안선이 자로 잰 듯 반듯해진 것처럼둥글게 살던 우리 삶에도 자꾸만 모서리가 생기는건 아닌지 궁금해지네요.

삶은 살살 2017.05.24

바다가 보이는 절, 향일암

석가탄신일을 며칠 앞둔 지난 토요일에 여수 향일암에 다녀왔다. 고운 색의 연등들이 바닷바람에 헤엄치며 낮고 부드러운 소리로 말을 걸고 있었다.바다를 보며 나란히 앉아있는 거북이. 적당한 때엔 제 몸을 모두 감출 줄 아는 현명한 동물.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만 귀여운 금빛 불상 머리 위로 물을 끼얹는 사람들. 참기 힘든 봄의 더위 때문인지 부러워 보였다. 향일암으로 가는 언덕을 한참 올라간 후 만난 용머리약수(?). 재미있는 디자인. 한옥의 처마는 구름 없는 파란 하늘과 잘 어울린다. 귀하고 단정한 느낌의 풍경. 작은 바람을 담아 연등을 신청했다. 1년 동안 관음보살과 함께 사는 거라고 한다. 욕심 부리지 않고 주변 이들과 더불어 살아야겠다.2017.4.29. 여수 향일암.

삶은 살살 2017.05.03

미래를 사랑하는 법

사람들은 일어나지 않은 미래보다 지나간 과거를 좋아하나봐요.어르신들의 흔한 잔소리가 "나 어릴 때는"이나 "옛날에는 말야"로 시작하는 것만 봐도 그렇잖아요. 예측보단 기억이 더 익숙하긴 하죠. 예측은 언제든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아침에 일어나니 맑은 하늘이었는데 머리 감고 나오니 하늘이 흐려져 있으면 우산 챙겨야지 생각하는 것처럼요.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거나 주어진 환경이 바뀌면 예측은 옷을 갈아입어야 합니다. 하지만 기억은 비교적 고정되어 있는 고체 같잖아요.물론 어느 노래 가사처럼 '기억은 다르게 적히'기도 하지만요.여튼 우리는 대화를 하거나 주장을 할 때 자신의 경험, 오랜 역사를 들어 우리의 주장을 단단하게 합니다.특별한 경험, 자랑스러운 기억은 언제나 내 편인 것도 같죠. 하지만 예측이 주..

삶은 살살 2017.04.23

한 생명과 인연을 맺는 건 무서운 일-

'여기 차로 갈 수 있는 곳이야?' 유기견보호소에서 전화로 알려준 길을 따라 차를 몰자중형차 한 대를 올려놓으면 정확히 가려질 것 같은 작은 다리가 나왔다.아슬아슬 다리를 지나자 이어지는 울퉁불퉁하고 경사진 흙길.덕분에 차 밑에서 드르륵드르륵 긁히는 소리가 났다. 차를 돌릴 수도 없는 좁은 길. 표정만 잔뜩 일그러뜨렸다. 집에 쌓아둔 신문지 몇 박스를 유기견보호소에 가져가는 길이 이렇게 험난할 줄이야.이쯤인가, 이쯤인가 하며 얼마간 언덕을 오르자 보호소가 나왔다.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건네는 보호소 직원과 함께 신문지 박스를 나눠 들고 대문을 밀고 들어갔다. '왈왈''컹컹''월월''바우와우' 머리 속에 그려봤던 보호소보다 몇 배는 더 안 좋은 환경이었다. 작은 개들은 수십마리가 함께 한 공간에 뒤섞여 목이..

삶은 살살 2017.04.08

주말 그리고 프리타타

주말이 참 좋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느긋하게 컴퓨터 좀 하다가 아내 일어날 때쯤 밥 준비해서 밥 먹고, 빈둥대다가 커피 내려서 아내랑 영화 한 편 보고, 배부르면 또 한 잠 청했다가 일어나서 무도 보고, 맛있는 저녁 먹고 산책다녀오고, 고양이랑 한 바탕 엎치락 뒤치락 하고나면 다시 이불 속- # 주말 먹부림 얼마 전에 만든 프리타타- 케이블에서 하는 냉장고가 부탁해에서 보고 알게 된 요리- (김풍 쉪 쒜쒜-) 방울토마토로 장식한 게 생각보다 잘 나와서 만족했고, 주말 아침 건강한 느낌으로 먹을 수 있어서 좋더라-

삶은 살살 2015.02.02

괜찮아. 휴가야.

미칠 듯 바빴던 한 주를 보내고, (월-금 수면시간을 합쳐도 10시간이 안 되는 ㅠ) 다가오는 한 주는 5일 중 5일 내내 출장 스케쥴이다. 제안했던 프로젝트는 보기 좋게 실패했고, 부족한 잠 덕분인지 목감기까지- 일요일인 지금도 회사에 나와 키보드를 두드리다 뭐하는 짓인가 싶어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 아직도 부족하기만한 능력에 게으러지고만 있는 듯해 참으로 싫다. 곧 다가올 휴가에서 힘을 얻어야 겠다. 괜찮아. 휴가야.

삶은 살살 2014.09.21

시한부 선고를 받는 앵커

미국의 한 앵커가 자신의 삶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방송을 통해 고백했다. 뇌종양으로 인해 시한부 선고를 받았기 때문... 할 수 있는 한 뉴스를 전하고 싶다며, 자신의 시한부 인생을 뉴스를 통해 고백한 한 남성... 사람들에게 뉴스를 전하는 일은 시한부 인생을 받고 서도 계속 하고 싶은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이내 생각을 바꿨다. 그건 그 앵커가 가진 삶에 대한 태도이고, 직업을 대하는 자세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어떠한 자세로 일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나만의 결론을 내려본다.

삶은 살살 2014.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