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층 빌딩의 꼭대기였던 이전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 시작한 일은 배경화면이 여럿입니다.
우선 책으로 가득한 오래되고 작은 사무실이 보이네요, 볕이 좋은 날엔 전망 좋은 밭과 정원으로 향하죠.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배경은 집입니다. 웃음 많은 아내가 있고 식탐 고양이가 있고 낮은 음악이 있죠.
집에서 일할 때는 주로 조용한 음악을 찾게 됩니다.
10대 시절에는 AC/DC, 화이트스네이크, 미스터빅을 들으면서도 해야할 공부는 했던 거 같은데
질풍노도 시기의 30대에게 하드락은 복서의 카운터 펀치와 같아서 멍-하고 음악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심신의 안정을 찾아야 겨우 일하는 제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뮤지션은 Iron&wine 입니다.
Iron&wine은 미국 출신 Samuel 'Sam' Ervin Beam('샘'이라 부를게요)의 1인 밴드로
밴드명은 상점에서 파는 영양보충제(dietary supplement) 'Beef, iron&wine'에서 따온 것이라 합니다.
(우리식으로 하면 박카스, 까스활명수, 비타500 일까요?)
구글에서 'Beef, iron&wine'을 찾아보니 이런 약이 나오네요.
일단 음악을 들어봐야겠죠,
오늘 유튜브를 뒤적이다 피치포크 Pitchfork 채널에 공개된 Iron&wine의 최근 라이브 공연을 발견했습니다.
저와 같이 심신의 안정을 찾으려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네요.
포크 음악의 다정한 빛깔은 잃지 않으면서 심심하지 않게 다채로운 필터를 입힌 듯한 음악이에요.
# 세트리스트 Setlist
1. Thomas County Law
2. Monkeys Uptown
3. The Trapeze Swinger
4. Summer Clouds
5. Call Your Boys
6. Cinder and Smoke
7. Song in Stone
8. Muddy Hymn
9. Call it Dreaming
10. The Shepherd's Dog
11. Our Light Miles
# Thomas County Law 가사 살펴보기
Thomas County Law's got a crooked tooth
Every traffic light is red when it tells the truth
The church bell isn't kidding when it cries for you
Nobody looks away when the sun goes down
샘의 가사는 시적인 데가 많아서 언뜻 이해하기가 힘들어요.
저같은 영알못은 더욱 그렇죠.
하지만 시니까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며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내 멋대로 해석)
토마스 카운티의 법은 덧니를 가지고 있죠.
모든 교통신호가 빨간 불일 때가 진실을 말하는 거예요.
교회 종이 당신을 위해 울릴 때는 농담을 하는 게 아니에요.
어느 누구도 외면하지 않고 해가 질 때를 바라보죠.
요 가사도 재미나요. 삶의 어긋난 순간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차가 가지 못하고 기다려야 하는 빨간 불이 진실이고
나를 위해 울리는 교회 종이 농담을 아닐 때라는 건 '죽음'을 은유하는 듯 하고요.
밝은 해를 볼 수 있을 때는 해가 떴을 때가 아닌 해가 질 때라는 거니까요.
# 간단히 살펴보는 Iron&wine의 음악 시작기
샘은 마이애미 대학의 사진영화과 교수였는데요, 꾸준히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면서 뮤지션들과 교류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그가 만든 곡, 'Dead Man's Will'이 음악, 예술, 문학 전문 잡지 Yeti magazine의 컴필레이션 앨범에 실리는 일도 있었죠.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건 2002년 집에서 녹음한 앨범, "The Creek Drank the Cradle"이 인디레이블 Sub Pop Records를 통해 발매되면서 부터입니다.
2017.08.29.
이번달 편집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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