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살살

[아이를 키우며] 꿈나라 학원이 있나요?

정계피 2021. 8. 17. 23:52

우리집에는 28개월 아이가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놀라움의 연속인데, 가장 큰 놀라움은 육아가 이렇게 힘들다는 것에 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니, 알려줬었는데 내가 귀기울여 듣지 않았던건가. 혹시 이 글을 보는 예비 아빠엄마가 있다면 귀담아 들으시길. 육아는 힘듭니다. 무척요.

또 다른 놀라움은 아이는 무척이나 빨리 자란다는 것이다. 꿈나라에서 학원이라도 다녀 오는 건지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말을 하고 어제는 분명 오르지 못했던 곳을 혼자 힘으로 오른다. 이런 아이의 폭풍 성장을 보는 일은 무척이나 기쁘지만 동시에 아쉽기도 하다.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든 해보려다가 엉뚱한 표현을 한다던가 그리 높지 않은 의자에 오르기 위해 낑낑대다가 결국 내려와 부모에게 팔을 벌리는 귀여운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능숙하게 무언가를 해결하는 일은 보는 이를 안심시키긴 하지만 안간힘을 쓰며 노력하는 모습은 그 이상으로 귀엽고 사랑스럽다.

요즘 아이는 꿈나라 학원에서 "왜"를 학습 중이다. 몇 주 전까지 아이는 "이건 뭐예요? 저건 뭐예요?"라며 사물의 이름을 궁금해 했는데, 최근에는 "왜 했어요?"라며 이유를 묻는다. 오늘 낮에는 아이랑 놀면서 지쳐가는 중이었는데 아이가 소방차에 빠져 혼자 노는 틈을 이용해 놀이매트 위에 새우처럼 누워 잠깐의 휴식을 간곡히 청하는 중이었다. 어느새 미끄럼틀에 오른 아이가 누워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아빠, 왜 거기 누워있어요?"라고 묻는다. "아, 잠깐 졸려서 누워있었네"하고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간 아내는 아이가 새롭게 하는 말이 있으면 기록을 해 왔는데 근래에는 아이가 새로운 단어와 표현을 말 그대로 '쏟아내고' 있어서 기쁘게 힘들어하는 중이다. 조만간 아이의 말 기록도 끝낼 날이 오겠지. 그런 날이 오더라도 우리가 아이의 말 하나하나를 지금처럼 귀 기울여 듣고 몇 번이고 되뇌이며 흐뭇해하고 감동할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