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살살

씌나몬 근저당권 말소기

정계피 2017. 10. 22. 12:07

1천400조원, 현재 대한민국 가계부채 전체 규모입니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이 400조니까 우리나라의 가정이 모두 빚을 갚으면 그 돈으로 3년 정도는 나라를 꾸려갈 수 있는거죠. 그리고 2016년 국내총생산GDP이 약 1,589조 정도라고 하니 비유하자면 우리는 1년 정도를 가불해 살고 있는 셈입니다.(계산이 틀렸다면 문과인 저를 탓하세요..) 어쨌든 저 또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부채, '가계부채'를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부채는 이렇게 큰데 가슴 속이 시원하기는 커녕 답답한 건 왜일까요.


헛소리는 이쯤하고 본론으로 넘어갈게요. 대출을 받게 되면 '근저당권'이라는 걸 설정하게 됩니다.(그렇대요. 저도 돈 갚으면서 제대로 알았어요.) 근저당권을 쉽게 말하면 A(주로 은행이나 보험사)한테 B(돈 빌리는 사람)가 돈을 빌리면서 '나를 믿을 수 없다시니 이 물건을 맡깁니다. 제가 돈을 갚지 못한다면 이 물건을 가지세요'라며 B가 A에게 주는 권리입니다. 간단히 집이나 땅을 맡기고 돈을 빌리는거죠. 근저당권과 비슷한 걸로 저당권이 있는데요. 둘의 차이는 저당권은 하나의 물건을 맡길 때 하나의 대출이 가능하다면 근저당권은 물건 하나에도 대출을 여러개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근저당권은 물건을 일정 금액으로 환산해 그 금액 안에서 여러 번의 대출을 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옛날 이야기 '이 도끼 저 도끼 this axe that axe'로 가볼까요.


- 저당권 : 내가 이 도끼를 맡길 테니까. 20냥만 꿔줘. 도끼는 20냥 갚을 때 가져갈게.

- 근저당권 : 내가 자네에게 저 도끼를 맡기겠네. 저 도끼를 20냥 정도라고 해두고, 지금은 10냥만 꿔가지. 담에 또 필요할 때 꿔갈테니. 그리고 중간에 내가 돈을 갚더라도 저 도끼는 일단 가지고 있게. 언제 또 빌릴 지 모르니.


이런 개념이랄까요? (어디까지나 제가 이해한 거니까 잘못된 정보라면 알려주세요.) 그래서 저당권의 경우는 대출을 갚으면 저당권도 없어지지만(20냥을 갚으면 바로 도끼를 돌려받지만) 근저당권은 대출을 갚은 후에 근저당권을 별도로 말소시켜줘야 합니다.(일시적으로 돈을 갚더라도 도끼를 맡겨두었으니 언제든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태. 돈을 완전히 갚은 상태에서 도끼까지 가져가야 신용 1등급 정서방이 됩니다.) 이 정도로 설명하였으니 개념을 이해하셨죠?  


개념 설명만 하다가 끝날 기세네요. 근저당권 말소는 은행이나 보험사에 대리로 맡기셔도 됩니다. 건당 5만원 정도입니다. 혹은 본인이 직접 하셔도 되고요. 그럼 비용은 적게 들어갑니다. (대신 노력이.. 발품이.. 맘고생이..) 잘 하는 거라곤 맨땅에 헤딩하기 밖에 없는 저 씌나몬은 직접 해보기로 했죠. 그렇게 고생길이 시작됩니다. 저 같은 고생을 하시지 말라고 가장 빠른 길을 알려드립니다.


일단 저는 '삼성생명보험주식회사(대표이사 김창수)'에서 대출을 하였습니다. 전세 계약을 하면서 한 번, 2년 후에 집을 사면서 추가 금액을 대출했고요. 대출 받아 살던 곳은 부대찌개의 도시, 경전철 폭망의 상징, 의정부입니다. 지역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말소 과정에서 관할 등기소를 찾아가야 하거든요. 제 경우는 의정부등기소고요. 의정부등기소에는 민원인을 위한 컴퓨터와 프린터, 등기신청수수료를 납부할 수 있는 무인단말기가 있어서 일처리가 간편합니다. 아! 그리고 USB에 인증서가 있고 위택스라는 디지털던전을 견뎌내신 경험이 있다면 간단히 일을 처리하실 수 있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이 저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아래와 같이 진행하시면 됩니다.(다른 지역이시면 해당 등기소에 위 같은 시설이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1. 삼성생명보험주식회사에 근저당권말소를 직접 해보겠다고 호기롭게 이야기합니다.


2. 그럼 2~3일 내 등기로 말소 관련 서류가 도착합니다. 해당 등기에는 여러 서류들과 함께 말소관련 안내사항이라고 복잡한 과정이 써있습니다. (구청 세무과-은행-등기소 순 방문) 그대로 하셔도 되지만 의정부 지역에 거주하시는 분이라면 등기소로 바로 직행하셔도 됩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일단 삼성생명에서 준 서류에 이름이랑 주소 등등 인적사항을 쓰세요. 공인인증서가 담긴 USB를 공손히 품에 들고 의정부등기소로 향합니다. 


(등기소로 이동중....)


3. 의정부등기소에 들어가셔서 오른쪽을 보면 무인단말기가 있습니다. 단말기에서 '등기신청수수료'를 납부하세요.(건당 3,000원)


4. 등기소내 민원인 컴퓨터가 있습니다. 디지털던전 '위택스'에 접속하시고 메뉴 중 아래 경로로 들어갑니다. 신고하기 - 등록면허세 - 등록면허세(등록분). 들어가셨나요? [인적사항]: 이름이랑 현재주소 입력하시고 [물건정보]: 대출받았던 집 주소 입력, [과세정보]: 등록원인은 '말소등기', 등록물건수는 대출 받은 횟수에 따라 입력, 과세물건은 삼성생명 서류 참고하여 입력(그냥 주소이긴 합니다.). 그리고 등록면허세 납부(건당 7,200원)하고 납부확인서 출력. 위택스 던전은 악명처럼 상당한 난이도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눈을 크게 뜨시면 하실 수 있습니다.


5. 그리고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사이트를 방문합니다. 보안프로그램을 다운.. 설치.. 왜안됟.. 열받.. 다시.. 다운.. 설치.. 하시고 오른쪽 상단에서 다음과 같이 찾아들어갑니다. 자료센터 - 등기신청양식 - 자주쓰는신청양식. 거기서 '15-3.해지에의한근저당권말소등기신청'을 다운 받으세요. 그리고 삼성생명에서 보내준 서류를 바탕으로 아는 만큼 쓰시면 됩니다. 쓸만큼 쓰다가 모르겠으면 창구 맨 오른쪽에 안내해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고 불쌍한 표정으로 여쭤보시면 디게 '안' 친절하게 알려주십니다.


한가지 알려드리면 납부번호랑 무슨 비밀번호 같은 거 쓰는 데가 있는데요. 삼성생명에서 보내준 등기필증 가운데 있는 스티커를 떼어내시면 은행보안카드 같은 게 나와요. 거기서 골라서 2개를 쓰시면 됩니다. 보안카드의 존재를 몰랐던 저는 직원 분이 갑자기 스티커 떼는 순간 소름 돋았잖아요. 반전영화 같은 느낌. 유주얼서스펙트 마지막 장면 볼 때 느껴지는 그거.. (설명이 불친절하게 느껴진다면 저도 정확히 기억을 못하....)


*그리고 부동산 하나로 2번 대출 받으신 분은 말소할 등기가 2건일거예요. 그럼 등록면허세랑 등기신청수수료를 2번 뽑으시면 됩니다. 한번에 2배 금액을 내셔도 되는데 저는 어떻게 하시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중요한 건 근저당권에서는 부동산은 하나더라도 말소할 등기는 2개일 수 있다는 거!


6. 여기까지! 그럼 여러분의 손에는 아래와 같은 서류가 들려있습니다. 확인하세요.

- 인터넷등기소에서 뽑은, 구박받으며 완성한 근저당권말소등기신청서 1부

- 삼성생명에서 보내준 여러서류(이름, 주소 쓰셨죠?) 뭉탱이

- 위택스에서 뽑은 등록면허세 납부확인서 

- 무인단말기에서 뽑은 등기신청수수료 서류


7. 이제 마지막입니다.

이 서류를 가지고 창구 맨 왼쪽에 가셔서 근저당권말소하러 왔다고 하시면 준비한 서류를 검토하시고 부족한 부분 있으면 어떻게 하라고 말씀해주십니다. 그럼 모자란 부분 채워서 다시 제출하시면 모든 과정이 끝납니다! 3~5일 정도 후에 등기부등본 뽑아보면 근저당권이 말소된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문제가 있으면 전화 주신대요!)


이렇게 근저당권 말소기를 들려드렸습니다. 맡기면 5만원이지만 직접 해보니 건당 약 1만원 정도에서 해결했네요. 물론 회사를 하루 안 갔으니 따져보면 그게 그거지만;;;; 그리고 이렇게 하기까지 저는 은행도 갔다가 구청 세무과도 갔다가 다시 은행갔다가 하면서 알게 된 거랍니다. 아침 10시에 나와서 거의 5시에 끝났어요. 돈을 포함해 모든 노력을 따지면 맡기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과정을 스스로 해보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듯 합니다. 안 그랬다면 평생 근저당권 개념은 모르고 살았을 것 같네요. 


아쉬워요. 이런 생활 속의 경제, 법률, 부동산에 대해서 일반인이 교육받고 실생활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도록 하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조금이라도 도움 되셨으면 합니다.


2017.10.22. 

대출은 갚는게 아니라 갈아타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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