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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경전철 파산, 수요 예측 해도 너무 해-

정계피 2017. 5. 31. 19:15

2012년 7월 개통했던 의정부 경전철이 운행 5년만에 파산하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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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적자 3600억' 의정부경전철 파산…운영은 계속될 듯


개통시부터 누적된 적자가 지난해 말 3676억 원까지 쌓였고 결국 특수법인 의정부경전철은 올해 1월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법원에서는 약 4개월 간의 심사를 통해 최종 파산 선고를 내렸고요.


파산 되었다고 해서 경전철이 바로 운행을 중단하지는 않습니다.

의정부시에서는 경전철을 계속 운행하면서 노선 연장 등을 통해 경전철을 다시금 살려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 저는 경전철이 생기는 것에 반대 입장이었습니다.

다소 감상적인 이유일지 모르겠지만 의정부역에서 의정부시청 방향으로 뚫린 대로가 주는 시원함이 좋았거든요. 


경전철이 들어서기 전에는 의정부시청 앞 도로는 주말이면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신하곤 했습니다.

도로를 막아 아주 넓은 광장을 만들어 줬거든요. 

자전거도 타고 인라인 스케이트도 타고 모아놓은 용돈으로 미니 자동차를 빌려 나름의 드라이브를 즐기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자전거 타는 법을 익힌 저에게 그 광장은 자전거 교습실이기도 했습니다.

제 키보다 큰 자전거에 올라 양손을 놓은 채 활강하는 소년 소녀들을 부러운 눈으로 보며 겨우겨우 코너링 연습을 하곤 했죠.


하지만 경전철이 들어선 이후 이곳엔 100년은 자란 듯한 콘크리트 기둥이 줄 서 있습니다. 

의정부 하늘 곳곳은 1년 365일 회색 다리로 가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의정부 시민들이 편리하다면 좋겠지만 

2016년 기준 이용객은 일일 3만 5천명 수준으로 당초 예상했던 11만명의 30% 수준입니다.

그래도 운행 첫 해 2012년 1만 2천보다는 이용객이 많이 늘어나 있는 상태입니다.

(2012년 승객 예상치는 7만 9천명으로 실제 이용률은 15.3% 수준이네요.)


이런 터무니없는 수요 예측을 어떻게 한 것인지 궁금해져 찾아보았습니다.

수요 예측은 2005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인 GS건설 컨소시엄에서 대우엔지니어링 측에 요청한 것인데요.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일일 이용객을 2012년 7만9천명, 2015년 10만명, 2033년 15만명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실제와는 너무나도 동 떨어져 있는 예측입니다.

해당 용역에 쓰인 통계는 아마 2000년대 초반의 것일텐데 실제 운행은 2012년이니 어느 정도의 오류는 있겠지만 해도 너무 합니다.


한국건설사업연구원 김민형 선임연구위원은 YT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수요예측이 잘못 되어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YTN] [투데이] 의정부경전철 파산 "수요예측 부풀려도 책임 안 묻는 구조 문제"


의정부시는 사업을 시작할 때 이러한 용역 보고서에 대해 보다 철저히 살펴봤어야 한다고 봅니다.

민간 사업 타당성을 검증하는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의 평가 및 검증을 거쳤다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해 보입니다.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적자에 시달리는 지자체들의 민간 사업들의 여러 사례(용인경전철, 부산-김해경전철)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했습니다.


앞으로 10년간 300억씩 갚아야 하는 의정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2017.5.31. 



2016년에 찍어둔 경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