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권유로 읽기 시작한 허삼관 매혈기_
# 아버지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아버지가 생각났다.
어릴 적부터 약했던 탓에 병원비도 꽤 들어갔고,
등록금 비싼 학교에서 열심히 놀며 술마시던 덕에 용돈도 때마다 보내셔야 했고,
급기야는 결혼하며 독립하는 순간에도 아버지는 내색 없이 통장에 돈을 부쳐주셨다.
어디 돈 뿐이랴- 고향 갈 때마다 점점 하얗게 변해가는 머리칼과
잘 갈아놓은 밭처럼 깊이를 더해가는 주름살의 태반은
내 탓일 것이다.
아버지는 지금 이렇게 30대 중반이 된 나를 보면 어떤 기분이실까 궁금해졌다.
잘 자랐다, 아버지가 걱정이 없다, 이런 기분이시라면 그걸로 참 안심될 듯 하다.
아마 나도 아이를 갖고, 아빠가 되고, 아버지가 되면
지금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때 다시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사뭇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 매혈
대학 시절, 술도 먹고 게임도 하고 연애도 해야했던 우리들에게
'매혈'은 꽤나 유용했던 아르바이트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2번 정도 시도했었는데 건강 탓인지 매혈에 성공하진 못했다.
우리가 흔히 했던 매혈은 생동성실험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의약품이 우리 몸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 지를 검사하는, 뭐 그런 거였다.
근데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헌혈한다 생각하고,
남자애들끼리 방에 모여서 만화책보고, 게임하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그 재미로 했던 것 같다.
물론 끝난 후에 돌아오는 한달 과외비를 넘는 돈이 주된 이유였지만 말이다.
(저는 해보지 않았지만 갔던 친구들 말로는;;)
그래서 허삼관이 위험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피를 파는 모습들이
어느 정도 공감이 되더라. 오히려 주기적으로 피를 팔지 그랬어?라는 생각도;;;
난 아직도 어느 구석은 철부지 대학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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