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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지옥>, 한국 공포영화의 색다른 가능성을 보다

정계피 2009. 8. 21. 01:53

허경영을 불러봐
한창 허경영의 노래 'Call Me' 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의 노래를 부르면 키도 커지고(제발;;) 더 예뻐지고 더 잘생겨진다는 그의 노래에
사실이야 어쨌든 네티즌들은 전폭적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례를 보내주고 있다.
지난 대선 때부터 큰 파장을 몰고 온 그를 보면서 든 생각은
그는 믿음을 갈구하되, 그 반대의 경우는 전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자신을 믿지 않으면" 의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허경영 씨는 "설마 나를 믿지 않을 사람이 있겠어. 예뻐지고 잘생겨지고
취업도 된다는데." 라는 생각을 하기에 자신을 믿지 않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자신을 믿지 않았을 때의 경우를 가정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보고 느끼는 감정은 기북함 보다는 허무맹랑함에 가까운 듯 하다.
그 낙천적인 허무맹랑함이 떴다하면 즉시(롸잇놔우) 화제를 몰고 오는 게 아닌가 싶다.

* 영화 불신지옥의 제목을 살짝 빌리자면 허경영 씨의 경우는 "信천국" 이랄까?





불신지옥(2009)
감독 : 이용주
주연 : 남상미 류승룡 김보연
개봉 : 2009. 8. 12

불신지옥, 매력적인 설정과 살아있는 캐릭터

이 영화는 실종된 한 아이를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생각해보면 영화 <추격자>나 <그놈 목소리>에서도 실종이라는 소재는 다루어졌지만, 
이번 영화는 '공포' 라는 방식을 통과한다는 점에서 앞선 영화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 

또한 <불신지옥>은 무속신앙과 기독교라는 다소 논쟁적인 소재를 영화의 중심에 세우고 있다. 
-혹시 무속신앙이나 기독교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어떻게 볼 지 참으로 궁금하다-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 을 외치는 사람들을 만날 때,
우연히 다른 사람의 가방이나 지갑 속에서 새빨간 글귀가 적힌 노란 부적을 보게 될 때 느끼는 
왠지 모르는 꺼림칙함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 뒤부터는 영화 내용의 일부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게 되는 작은 공포를 버무려낸다는 점에서
<불신지옥>은 기괴한 모습의 귀신을 앞세워 관객을 놀래키기에 급급했던 그간의 한국 공포 영화와는
상당한 거리감을 가지고 있다. (처녀귀신, 니들이 고생이 많았다 -_-;;)
그러한 독특한 설정은 일반적인 공포영화를 보러 간 관객들에게는 낯설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영화들 재미없다. 돈 주고 보기 아깝다.

또한 이 영화가 가지는 또 하나의 장점은 캐릭터의 다양함이다. 
영화의 큰 대립점을 이루는 윤보살과 소진엄마 뿐 아니라
월남전에 참가했던 경비원 아저씨, 그리고 암으로 죽음을 앞둔 수경, 순진하디 순진한 정미까지 
각각의 캐릭터들이 잘 살아있었다.
물론 그 점이 관객의 감정 이입을 어렵게 하는 측면- 이를테면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어' 라는 감정보다는
'쟤들 왜 저래'라는 감정이 든다는 것-은 있지만, 남상미가 연기한 희진이나 형사 태환이 감정 이입이 가능한 
캐릭터이기에 아쉬움은 들지 않았다.   

또한 그렇게 분명한 캐릭터들이 있었기에 경비원 아저씨와 수경이 귀신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더욱 설득력 있는 공포감을 조성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죽음을 맞기 전에 그들이 보여준 이상행동들도 그에 한 몫하고 있는데, 
이를 테면 경비원 아저씨가 형사와 이야기하다가 월남전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미쳐가는 장면이나 
소진엄마가 들어닥치는 상황에서도 부적 한 장 더 해보겠다고 몸을 날리는 수경의 모습들 말이다.
참 산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실감나는 장면이었다.

소통의 부재, 그것이 문제로다

맞다. 귀신 보다 무서운 건 산 사람이라는 거다.
끊임없이 믿음만을 강조하는 사람들이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린 소녀를 이용하는 이웃들이나
딸의 시체를 앞에 두고도 구세주 타령하는 엄마나 
자신들의 논리에만 빠져 다른 사람과 소통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 정말로 위험한 사람들이다. 
(정치적 의미로 확장하여 읽어도 좋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가 "너, 예수 안 믿으면 지옥간다" 고 하자
"나한테는 여기보다 더한 지옥이 없다." 고 했던 희진의 말은 진리(?)가 아닐까? 
 
* 영화 잡담
- 솔직히 이 영화, 좀 괜찮다는 얘기 듣고 가서 봤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또 한 명의 기대되는 신인 감독님 탄생인듯!! 냐하하~
- 공포 영화 보고나면 혼자 사는 나는 밤이 왠지 무서운데 이 영화는 그게 덜한 듯!! 좋다!!
- 남상미의 재발견 : 사실은 원래 별 관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