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달가닥

<나는 꼼수다>는 불편하다

정계피 2012. 2. 13. 22:31

시사인의 기사를 통해 정리된 김어준 총수의 발언을 보면 가장 공감하는 부분은 "우리 인간은 언제나 타자를 대상화한다"는 대목이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나 또한 나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 장애가 있는 사람을,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 대상화해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여성이란 존재에 대해서도 말이다.

물론 그런 나의 시선이 대상을 타자화시킴으로써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최대한 나의 시선을 감추려고 할 때가 많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쉽게 말하면 머리 속으로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대로 뱉어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쟤는 왜 피부가 까맣지? 왜 듣질 못하지?"하는 생각들...
그리고 그런 생각들에서 출발하여 가지를 뻗는 불편한 상상들...


최근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나는 꼼수다>의 비키니 사건으로 김어준 총수를 비롯한 나는 꼼수다 일동은(심지어 감옥에 있는 정봉주 전 의원까지)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류 언론들이나 몇몇 보수 언론들은 이때다 싶었는지 그들을 비판하는 기사를 올려댔고, <나는 꼼수다>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공지영 씨도 그들을 비판했다.(물론 여전한 지지자이긴 하다.)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불편했다. 하지만 <나는 꼼수다>를 꾸준히 들어왔던 나의 입장을 이야기해보면, <나는 꼼수다>는 언제나 불편했다.

수많은 욕이 난무하고, 성적 농담이 오갔으며, 상대방의 말을 무참히 끊는다든지 하는 식의 대화 형태에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얼굴이 씨뻘게져서 아무 말도 못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하지만 가장 불편했던 것은 그들의 이야기 속에 드러나는 이 시대의 어두운 구조-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혹은 아무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던-들이었다.

나는 그들이 말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이 바뀌어야한다는데 너무나 절실히 공감했고, 지금껏 아무도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수많은 감정적 피해 혹은 물리적 피해를 받아가며 꾸준히 방송을 해가는 그들에게 감동했다.

그래서 그들의 방식에 동의한다. 욕을 하고, 희화하하고, 매너 따윈 없는 그들의 방식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번 비키니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그들이 <나는 꼼수다>라는 방송을 유지해나가는 일종의 방식이고 그들이 정해놓은 틀이라면 충분히 용인될 수 있다고 본다. 

그들이 이 부분에 대해 사과를 한다면 그건 일종의 영화 속의 주인공이 사람을 죽였다고 관객들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도 생각한다. <나는 꼼수다>는 일정한 틀을 가지고 있는 방송이며, 그 안에는 그들이 용인하는 어느 정도의 선이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나꼼수적허용"이라고 할까?

앞으로도 그들의 방송이 계속 되기를, 아니 평화로운 세상이 올 때 방송이 끝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