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권유로 읽기 시작한 허삼관 매혈기_ # 아버지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아버지가 생각났다. 어릴 적부터 약했던 탓에 병원비도 꽤 들어갔고, 등록금 비싼 학교에서 열심히 놀며 술마시던 덕에 용돈도 때마다 보내셔야 했고, 급기야는 결혼하며 독립하는 순간에도 아버지는 내색 없이 통장에 돈을 부쳐주셨다. 어디 돈 뿐이랴- 고향 갈 때마다 점점 하얗게 변해가는 머리칼과 잘 갈아놓은 밭처럼 깊이를 더해가는 주름살의 태반은 내 탓일 것이다. 아버지는 지금 이렇게 30대 중반이 된 나를 보면 어떤 기분이실까 궁금해졌다. 잘 자랐다, 아버지가 걱정이 없다, 이런 기분이시라면 그걸로 참 안심될 듯 하다. 아마 나도 아이를 갖고, 아빠가 되고, 아버지가 되면 지금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때 ..